이 그림들은 완성되고 나서도 계속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김대유의 화면에는 시작도 끝도 없는 선들이 가득하다. 물감을 쏟아붓고 흘리고, 그 위에 다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든 선들이다.
물감이 흐르는 대로 두고 거기에 반응하며 계속 더해간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화면을 봐도 어딘가 여전히 뻗어나가는 중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작가는 이 형상을 뿌리줄기라고 부른다. 땅속에서 방향 없이 얽히며 번져가는 뿌리를 닮았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구분이 안 되고, 하나의 중심을 정할 수도 없다.
작가는 여기서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 하나의 정체성에 붙들리지 않고
계속 다르게 존재하려는 태도를 읽어낸다.
반복해서 물감을 쌓는 그 노동의 시간이 곧 그 생각을 그림으로 옮기는 시간인 셈이다.
이번 전시 「Rhizome field episode VIII : 차이·반복·생성 III」은 「뿌리줄기장」 연작의 여덟 번째 이야기이자, 열일곱 번째 개인전이다.
짙은 파란색이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데, 작가에게 이 파란색은 생각이 머무는 공간이다.
캔버스 작업과 함께, 폭이 최대 10미터에 이르는 대형 설치작업 「뿌리줄기들판」도 함께 걸린다.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쌓인 두께와 질감이,
멀리서 보면 들판처럼 펼쳐진 전체 형상이 보일 것이다.
작가노트에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유랑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오지와 사막, 산악 지형을 스스로 찾아가
신체적 고통과 고독, 명상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고 숭고에 이르려는 존재. 이들은 편안한 안식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 철저히 배제된 자리로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몸의 모든 감각을 비워내면서, 문명에서 원시로, 여가에서 생활로, 존재의 공허에서 존재 자체로 건너가려 한다.
이 대목이 유독 마음에 남는 이유는, 이 그림들 앞에 서는 경험이 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뿌리줄기의 선들은 물감의 두께와 흐름,
짙푸른 색의 밀도만이 놓여 있다. 그 앞에서는 해석하려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유랑자가 그러하듯 정처 없이 선을 따라
걷는 수밖에 없다. 하나의 중심과 결론을 향해 정리하려는 태도로는 화면을 받아 들일 수 없다.
작가가 말하는 차이와 반복은 하나도 같지 않다. 같은 몸짓을 수백 번 반복해도 매번 다른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 그것이 이 연작이 말하고자
하는 존재의 방식이다. 완전히 같은 존재는 없고, 반복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이 만들어진다.
당림미술관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초대해 그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가 유랑자가 되어
각자 눈이 가는 대로 선을 따라가 보시길 권한다.
글 당림미술관